노벨상에 빛나는 가즈오 이시구로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한 번쯤은 읽어봐야 할 소설목록에 들어가 있는 만큼 인물들의 절제된 감정을 매우 잘 전달하는 표현력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고 평가받고 있는 소설입니다. 위대한 집사의 회고록인 < 남아있는 나날>을 추천하며 작가와 느낀 점까지 전달하겠습니다.
위대한 집사의 회고록
<남아있는 나날> 은 1989년에 처음 출판된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입니다. 평생을 영국의 달링턴 경의 집사로서 충성을 다한 스티븐슨이 황혼이 되서야 첫 휴가를 떠나며 일생을 돌아보면서 전개되는 이야기입니다. 스티븐스는 달링턴 경에 매우 헌신적이고 '위대한 집사'로서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인정받았지만 평생 자신의 감정과 욕망을 절제하며 맹목적인 충성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은 사생활은 철저히 막으며 가정부 미스 켄톤에 대한 감정도 감추고, 국제회합의 일을 진행하느라 아버님의 임종 또한 지키지를 못합니다. 그것이 아버지가 바라는 일일 거라고 생각하기도 합니다. 또한 달링턴 경의 충성심과 의무감으로 인해 나치에 반하는 자신의 소신을 표현하지 못하고 섬기는 그의 말을 따를 뿐이었습니다. 이 소설은 2차 세계대전 직후 1930년 중후반을 배경으로 저물어 가는 대영제국을 맞이이며 평생을 충성하며 열심히 살았던 스티븐슨의 회고로 우리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한 실랄한 탐구를 보여줍니다. 이 소설은 가즈오 이시구로를 높이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고 1989년 부커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또한 1993년 영화로도 제작되었습니다. 감독은 제임스 아이보리(James Ivory) , 스티븐슨은 앤서니 홉킨스와 그가 사랑했던 여성 미스켄톤은 엠마톰슨이 역할을 맡았으며 1994년 아카데미에 8개 부분 노미네이트 되어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저자
가즈오 이시구로(Kazuo Ishiguro) 는 1954년 일본 나가사키에서 태어나 1960년 영국으로 이주한 영국작가로 켄트대학에서 철학을, 이스트앵글리아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공부하였습니다. 1982년에 발표한 첫 소설인 <창백한 언덕 풍경> 은 인간의 아픔, 기억, 신념, 미움등에 대해 탐구하며 일본과 서양문화의 만남, 인종과 문화적 정체성 등을 주제로 다룹니다. 1989년에 발표한 세 번째 소설은 < 남아있는 나날>로 부커상을 받으며 세계적인 명성을 가지게 되며 영화로도 제작되어 화제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의 <나를 보내지마 >는 인간의 기억과 정체성, 그리고 인간과 인공지능의 경계를 다루는 SF 소설로 영화로도 제작되어 큰 인기를 끌었을 뿐 아니라 '2005년 최고의 소설' 로도 선정이 되었습니다. 그 외에도 2009년에 발표한 <녹턴>으로 현대 영미권의 거장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았습니다. 그의 작품은 감성적인 서사와 정교한 문장구성으로 극찬받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7년에 노벨문학상을 수상하였습니다.
느낀 점
어느 한 분야에 '위대한'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것은 그 직업에 투철한 직업 정신과 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스티븐스는 한 분야에서 성공한 인물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사회에도 직업이나 공부 등 한 가지에 투철하여 주변을 돌아보지 못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위대한'이 붙는다면 과연 잘 살아왔다고 볼 수 있는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자정까지 야근을 하고 새벽에 또 직장을 나가는 직장인들이나 사회생활은 단절한 채 공부나 자격증에 몰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웰빙(Well-being), 워라밸 (Work-life balance)을 중시하는 사회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지만 녹녹지 않은 현실에 하고 싶어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기 마련입니다. 잘 사는 것은 어떤 것인지 나중에 후회는 하지 않은 삶이란 어떤 것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평생을 집사로써 최선을 다해 품위를 지킨 스티븐스는 처음 한 여행에서 후회와 애잔함을 느끼지만 아직 그에게는 남아있는 나날이 있습니다. 그 남아있는 나날이라도 나를 돌아보고 주변을 돌아보고 위대한 직업이 아닌 나를 위해서 살아보는 것은 어떨까 생각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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